<출판저널>과 <책문화학교>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책문화생태계 토크 36회입니다. 오늘은 송승섭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님이 저술하신 책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공공도서관 100년 그리고 도서관의 미래’라는 주제로 책문화생태계 토크 36회를 진행하겠습니다.
● 송승섭 교수(사진=출판저널)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및 교육대학원 사서교육 전문교수,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과 현 고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부회장, (사)포럼 문화와도서관 이사, 국립장애인도서관 정책연구심의위원, 국방부 진중문고심의위원을 역임했고,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에서 각종 TF 분과위원장과 자문위원을 겸한 바 있다.
학회활동으로는 한국기록관리학회와 한국정보관리학회 이사를 지냈으며,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남북도서관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도서관기준특별위원회, 정보격차해소위원회, 홍보전략위원회, 국제교류협력위원회 등 여러 분과에서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대학에 온 후 도서관 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자문위원, 서울도서관 자료선정위원, 월계도서관 운영위원장을 비롯하여 여러 도서관의 운영위원 및 자문역을 맡아 왔다.
사서로 몸담았던 통일부에서는 북한자료센터장으로 퇴직한 이후 통일부 자문위원, 특수자료심의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평화문제연구소 자문위원직도 수행하였다.
사서로서 25년을 근무하다 대학으로 옮겨 현장과 교단에서 10여 권의 책과 100여 편의 글을 남겼다. 주요 저서로는 『병영도서관의 이해』, 『북한도서관의 이해』, 『문명의 뇌 서양도서관의 역사』, 『한국 도서관사』 등 10여 권의 책을 썼다. 이번에 『근대 한국도서관 100년의 여정』을 출간했다.
정윤희 : 교수님 최근에 아주 특별한 책도 내시고 바쁘게 지내시던데 요즘 근황이 궁금해요.
송승섭 : 네, 정년을 핑계로 여기저기 다양한 그룹의 친구들도 만나고 제자들도 찾아오고 있어 즐겁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늘 소개하는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에 관한 북-토크를 현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이자 이 책의 출판사 대표인 이용훈 선생을 초대해서 함께 했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북-토크를 통해 현장에 계신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정윤희 : 송승섭 교수님께서는 오랫동안 사서로 도서관 현장에 계셨고, 명지대 문헌정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신 우리나라 도서관이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해오신 분이십니다. 오늘 교수님과 함께 ‘한국 근대 공공도서관 100년 그리고 도서관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교수님 그동안 도서관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하셨고 이번에 대학에서 정년을 하셨어요. 아직도 현역으로 일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송승섭 : 공부하는 사람에게 현역과 퇴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만 학교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교육과 연구, 봉사로 나누어서 일을 하다보니 어느 부분에 집중하기 힘든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는 좀 더 자유스럽게 하고자 하는 부분을 몰입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윤희 : 사서로 25년간 근무를 하셨는데 주로 통일부에서 근무하셨나요?
송승섭 : 통일부에서만 사서생활을 했습니다. 뭐 부서는 특수자료과, 통일사료팀, 자료조사담당관실, 정보분석팀 등 여러 곳에서 일했습니다만, 크게 보면 통일부 정보분석실 업무였고요. 제게 있어 메인은 북한자료센터 근무였습니다.
정윤희 : 북한자료센터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 부탁드려요.
송승섭 : 북한자료센터는 말 그대로 북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집대성해 놓은 곳인데요. 그 설립 배경을 조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1980년대까지 남북관계는 지금의 경색된 분위기 그 이상이었습니다. 당시는 멸공, 반공, 승공 같은 구호가 일상화되어 있던 시기일 만큼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었죠. 그러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아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태우 정권에서 북방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의 하나로 7.7선언을 통해 북한 및 사회주의권 자료의 공개 및 활용이 제한적으로 나마 가능하게 된 것이죠.
정윤희 : <북한도서관의 이해>라는 책도 내셨잖아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송승섭 : 그야말로 북한 도서관에 대한 개론서지요. 북한의 도서관 역사와 사상, 도서관 현황과 운영체계, 정보화 기반과 학술정보 유통현황, 도서관 건축유형, 도서관법, 도서관학 연구 동향까지 다양하게 다루었구요. 특히 북한의 국립중앙도서관격인 인민대학습당까지 별도로 항목을 두어 세세하게 다루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공력이 가장 많이 들어갔던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거의 제가 십수 년에 걸쳐 발표한 20여 편의 논문과 글로써 만들어진 책입니다.
정윤희 : 이번에 저술하신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은 도서관계에서 아주 소중하게 생각할 책인데요. 이 책을 쓰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승섭 : 우리 사회자께서 ‘책문화생태론을’ 주장하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책을 매개로 한 출판사, 서점, 도서관의 관계성과 상호 영향력은 잘 아실 겁니다. 이 내용은 사실 책 뒤편 에필로그에 나와 있는데요. 그 부분도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크게 자극한 것은 2019년 10월 11일 삼성출판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나라 근현대 출판사 100년」 전을 본 것이었다. 시대순으로 전시된 유서 깊은 출판사의 출판물을 접하고 젊은 날의 책들을 만나보면서 한눈에 한 세기를 일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와 감정을 느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도서관 100년」 전은 할 수 없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일로부터 내 학문적 여정은 ‘근대 도서관 100년사’에 머물렀다.
정윤희 : 이 책의 목차를 보니까요. 제1장 고종과 함께 한 근대 도서관의 유적, 제2장 개화기, 근대 도서관의 길을 연 선구자들, 제3장 일제강점기의 시작과 경성도서관의 변천, 제4장 일제강점기, 한국 도서관인의 현황과 도서관 활동, 제5장 해방과 초대 국립도서관장 이재욱의 재조명, 제6장 사건과 사진으로 보는 조선총독부도서관과 국립도서관 70년, 제7장 근대 한국 도서관 100년의 성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을 텐데요. 먼저 책 제목이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이에요. ‘근대’가 어떤 시기를 의미하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승섭 : 참 사실 제게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근대’ 시기와 ‘근대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선 ‘근대’시기라는 것은 서양사의 역사 발전단계의 구분이고요. 역사, 철학, 예술사 등 근대의 시작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견해차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르네상스 이후인 17세기, 18세기부터라고 봅니다. 근대는 봉건제도가 끝나고 전개되는 시대인 만큼 개인의식, 자본주의 및 시민사회의 성립이 특징입니다. 즉 봉건사회를 극복한 근대 사회는 개인을 존중하며,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근대를 특정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는 일반적인 시대구분인 1876년의 한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 이후를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에드워드 와그너라는 학자의 견해를 좀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분은 조선왕조 사회 전반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사의 특성을 연구한 분입니다. 에드워드 와그너(Edward Willett Wagne)의 주장을 보면, 근대화라는 용어는 본질적으로 ‘서구화’라는 개념과 동일한 어감을 갖는데요. 즉 ‘근대화’라고 부르는 과정이 서구 세계에서 발생한 하나의 과정이며 서구 문명의 발전단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한 단계라는 사실입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비서구의 전통사회가 서구화되는 과정, 다시 말해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서구 형태를 모방하여 비서구의 전통사회를 탈피하고 서구와 같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일제와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국을 근대화하려는 노력은 자연히 매우 늦어졌고 방해받았어요. 한국에서 근대화 과정이 시작된 것을 언제쯤으로 헤아려야 할까요? 1864년? 1876년, 1894년? 1910년? 1945년? 1948년? 이는 모두 기념비적인 연도이므로 이 가운데 어떤 해를 근대화가 시작된 기점으로 삼아도 괜찮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근대화가 시작된 연도를 1960년이나 1961년으로 보는 것이 아직도 더 적절한 것 같고요. 한국은 근대화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실패도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정 : 제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근대 도서관의 형성과정이 나오는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도서관 건립을 하셨나요?
송 : 조일수호조규 이후 수신사와 조사시찰단으로 일본에 갔던 개화파와 이후 독립협회의 영향이 컸구요. 그 결과가 박문협회 회원제도서관의 설립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은 어디인가?’의 문제가 있는데요. ‘근대성’의 정의뿐만 아니라 이용대상이나 설립 주체에 따라 도서관의 성격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세계 도서관 역사에서 볼 때, 오늘날과 같이 국가나 공공기관이 설립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공공도서관으로 가기 전에는 대개 사설 회원제도서관을 거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회원제도서관의 설립은 1896년 7월 2일 설립된 독립협회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독립협회는 《독립신문》을 발간하는 한편, 만민공동회와 민간공동회를 열어 자주, 자강을 통한 부국강병을 주장하며 민중운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독립신문과 관련된 인사로 서재필, 유길준, 윤치호, 이상재, 헐버트, 아펜젤러 등은 모두 서구식 근대 도서관을 경험한 인물이며 당시 한국의 근대 도서관 설립과정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독립신문은 중국 상해와 제물포 등 여러 지역에 지국을 설치하고 통신원을 두기도 했다. 1898년 11월 독립협회 회원은 4,173명이었고 발행부수는 3,000부로 추정된다. 영문판은 미국·영국·러시아·중국 등에 상당한 부수가 발송되었는데 1898년 1월 현재 약 200부였다.] 이러한 영향 하에 인천에서는 1898년 6월 9일 ‘박문협회’가 조직되어 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박문협회는 창립협회 직후 회원은 130여 명에 달했는데 그 우선적인 과업은 신교육 보급을 통한 민지 계발이었어요. 이에 회관 내에 관보·신문, 시무상에 유익한 서적을 두루 완비했어요. 회원들은 날마다 모여 연설과 토론을 통하여 지식과 신학문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고요. 매주 일요일에는 통상회를 개최하여 주민들에게 시대 변화상을 일깨우기도 했어요. 회관은 단순한 집회 장소 차원을 넘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근대적인 도서관이었습니다.
정 : 지금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잖아요. 일제강점기 땐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송 : 일제는 서양의 도서관시스템을 상당히 일찍 받아들였고, 이것이 식민지인 조선에 상당부분 이식되었죠. 여러 가지 서양의 봉사 시스템이 그대로 전수되었어요.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동자(무학자)를 위한 프로그램의 도입 같은 것은 의미가 있죠. 그러나 서양과는 달리 폐쇄적 시스템이 많았고, 열람료 징수라던가, 일본어 위주의 도서관이어서 일부 식자층을 제외한 일반인이 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정 : 서울 남별궁 지역에 1923년 설립된 조선총독부도서관, 그리고 1945년 10월 15일에 국립중앙도서관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역사적 과정이 있었나요?
송 : 경성이 정치, 경제, 문화 권력의 중심이었죠. 당대 왕권의 중심지인 경복궁이 헐리고 그곳에 조선총독부가 만들어졌듯이 고종이 만든 대한제국의 중심지로써 환구단 황궁우, 석고단이 있던 지금의 소공동 조선호텔부지와 롯데 백화점 자리에 조선총독부도서관과 건너편 대관정에 경성부립도서관이 만들어진 것이 일본의 대한 정책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건이죠.
책문화생태계 토크를 나눈 송승섭 교수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사진=출판저널)
정 : 해방 이후 공공도서관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현재에 대해서 평가를 하신다면요?
송 : 양적 질적으로 많이 발전했지요. 그 사회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수준과 연결되어 있어요.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향상하면서 문화 수준이 높아졌고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커뮤니케이션센터, 랜드마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도서관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접근점을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에 페북에 올라온 글을 보았는데요. 정년퇴직하신 분이 쓴 글입니다. 지역 도서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글입니다.
“퇴직 후 2년간 안양시 평생학습원에서 부동산경공매를 공부했고, 사진기술, 사진편집&동영상 제작을 배우는 중입니다. 안양석수도서관에서 나의 생애사 쓰기, 안양만안도서관에서 도시농업 특강, 군포당동도서관에서 스마트폰 활용법, 안양시 도시농부학교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다양한 배움을 통하여 안양시민의 한사람으로 사회활동에 조용하게 참여하겠습니다.”
이렇게 공공도서관은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지역민의 삶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정 : 끝으로 우리나라 도서관의 미래를 위해서 제언 부탁드립니다.
송 : 추상적 표현이지만 미래는 현재와 과거에 늘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내가 될 것인지? 가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도서관 역사 역시 그렇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소중히 하고, 그 역사의 교훈을 현장에서 깊이 있게 받아드리고자 노력할 때 우리 도서관의 미래 또한 희망적이고 빛나는 마침내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 : 오늘은, 책문화생태계 토크 37회 주제로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을 쓰신 송승섭 저자님과 함께 ‘한국 근대 공공도서관 100년 그리고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늘 소중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송승섭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송 : 네, 즐거운 대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 책문화생태계 토크는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에서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인터뷰는 <출판저널> 536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