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봄날 햇살처럼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들
이 책은 일제의 억압과 멸시에 맞서 해방을 꿈꾼 우봉운, 김명시,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이계순, 이경순 등 일곱 명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여성을 주제로 여성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역사학자 이임하는 일제 강점기 페미니스트들의 삶과 남긴 글을 통해 어떻게 일제에 맞서 저항했고, 여성들의 삶을 바꾸려고 했는지 생생하게 알려준다.
이 책에 담긴 여성들은 지금까지 역사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들이다. 김명시 정도가 한 시민단체의 끈질긴 노력으로 2022년에 독립운동 업적을 겨우 인정받았고, 우봉운은 불교여자청년회 관련한 연구의 일부로 알려졌을 뿐이다.
저자는 해방공간에 한 편의 글이라도 남아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잡지나 신문에 실린 이들의 글을 한 편 두 편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이 글들을 통해 이들의 일제 강점기 활동을 추적해갔다. 해방공간에서 시작해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 연구를 통해 이들의 봄날 햇살처럼 따스하고 찬란한 아름다운 실천을 복원해서 책에 담을 수 있었다.
우봉운은 정신여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 북간도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했다. 30대에 조선으로 돌아와 불교여자청년회, 선학원 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경성여자청년동맹, 근우회, 정우회, 북풍회 등에서 활동했다.
김명시의 활동 무대는 아시아다. 김명시의 ‘반제국주의운동’은 조선에 한정되지 않았다. 반제운동을 할 수 있다면 상해에서 하얼빈까지 걸어서 찾아가 조직할 만큼 열정이 남달랐다.
조원숙은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반 청년단체의 핵심 인물이었다. 전국 단위의 청년단체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 청년단체, 여성단체를 조직한 핵심 인물이었다. 근우회와 조선부녀총동맹(부총)의 맹장이었던 그이는 말년에 ‘간첩’으로 몰려 형무소에서 지내야만 했다.
강정희는 재러 한인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이 너무 그리워서 가족을 두고 조선에 왔다. 경성청년회, 북풍회, 경성여자청년회, 여성동우회, 중앙여자청년동맹, 근우회 등의 단체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이경희는 남편과 함께 청년운동, 사회운동, 독립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가족과 가족 구성원을 고민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여성운동이 ‘취미’라고 밝힌 그이는 경성여자청년회, 근우회 경성지회의 창립과 활동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계순은 대구 출신으로 여성단체에 일정한 역할을 했지만, 그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구사범학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했으며 근우회 중앙본부에서 일했다.
이경선은 이화여자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지만 곧장 자퇴하고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독서회, 반제동맹 활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2년 동안 구금 생활을 했다. 그이는 해방은 여성에게 자유와 기회의 시공간이라며 거리로의 진출을 여성들에게 주문했다.
도서정보 :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96쪽 |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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