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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주의와 중국 근대철학

출판저널 편집부 2024-12-18 14:54:53 조회수 70



실증주의는 19세기 중반 서양에서 등장한 철학 사조로서, 초월적인 존재나 형이상학을 반대하고 경험적으로 주어진 사실을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검증, 과학적인 방법으로 대상을 인식한다. 실증주의적 사고방식은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지만,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1세대 실증주의자 콩트부터라고 볼 수 있다. 철학의 논리적 발전의 관점에서 실증주의의 이론적 선도는 근대 서양의 경험주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더 넓은 역사적 근거는 근대과학의 발전에 있다고 하겠다. 근대과학의 발전은 실증주의로 하여금 실증과학과 관련된 논리 및 과학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을 뿐 아니라, 과학의 통일 및 철학의 과학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도록 했다.
19세기 말을 시작으로 동점東漸하던 실증주의는 중국에 전래되어 중국의 형이상학적 사변을 비판하는 사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당시 비합리적인 봉건 중국을 계몽하고자 했던 지식인 계층에 신선하게 다가갔다. 실증주의는 중국(철학)이 근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학술사상은 근대에 중요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런 변화는 서양의 학문적 조류에 휩쓸려 이루어졌다. 그중 실증주의는 전래된 이후 중국 전통철학과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철학 사조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철학자들로 하여금 실증주의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어떻게 이를 전통철학과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엄복嚴復, 왕국유王國維, 호적胡適, 풍우란馮友蘭, 김악림金嶽霖, 그리고 풍계馮契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양의 근대철학 사조를 받아들이고, 중국 전통철학과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중국철학이 나아가는 방향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저자 양국영楊國榮 교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실증주의와 중국철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광의의 인식론’을 제시했던 풍계馮契의 제자로, 그의 저서와 논문 상당수는 해외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중국철학을 세계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실증주의와 중국 전통철학이 만나 충돌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풍계의 학설을 바탕으로 분석철학과 중국철학이라는 동서양의 두 흐름을 각각 지식과 지혜라는 측면에서 조망하면서, 철학이 궁극적으로 존재를 향해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이런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그의 유려하고 명료한 글이 더해져 실증주의와 중국 근대철학의 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도서정보  :  楊國榮 지음  |  박경환, 오현중 옮김  |  예문서원  |  352쪽  |  값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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