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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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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느낌은 누구의 것일까

출판저널 편집부 2024-06-12 11:24:01 조회수 190

살아가면서 쉼 없이 뒤를 돌아다보며 한참을 멈춰 서 있다가
갈 길을 잃어 허우적대며 살았다.

나는 서른 살이 넘어 결혼했고, 학교라는 곳에 직장도 잡았다.
나의 서른 살은 인생에 새로운 시작의 깃발을 도처에 꽂았다.

학창 시절에는 그림을 그리느라 친구가 별로 없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홀로 다니던
아주 까다롭고 이상한 아이였다고
훗날 친구들이 나에게 이야기해 줘서 알았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도서관의 책, 특히 철학책에 빠졌고,
공상 소설을 써서 작가처럼 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

“네가 호기심이 너무 많아 이곳저곳 온 동네를 쑤시고 휘젓고 다니니
엄마가 네 뒤처리를 하느라 너무 힘들다.
그러니 동네 미술 학원에 다니는 게 어떻겠니?”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술 학원에 다녔다.
물론 미술 학원에서도 말썽을 부려 여러 번 쫓겨났고,
그럴 때마다 엄마가 사정하여 다시 미술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림그리기에 재능이 있어서 그림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말썽쟁이였던 나를 남들보다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엄마다.

서른 살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재미나게 살았다.
세상에 무서운 것, 두려운 것이 없다는 방자한 태도로 젊은 날을 보냈다.

결혼 후에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별로 도덕적이지 못했던 내가 반듯한 틀 안에 나를 넣어가며 살았다.
때로는 답답하고 질식할 것 같아 삶의 초점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내 등을 찍어 내리는 것과 같은 큰 사건들이 생겼다.
부모님들과의 영원한 이별과 아이의 탄생과 병치레로
나의 서른 살부터 마흔 살 중반까지 너무나 힘들게 보내야만 했다.

내가 잘 살아내고 있다고 끝까지 응원해주던 가족과
내 제자들 그리고 지인들 덕분에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이제 나이 칠십 세가 되니 인생을 십 년 간격으로 잘라 살던
내가 너무 잘 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고 매주 목요일마다 나의 삶을 응원하려고
일기처럼 써 온 글들을 모아 봤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는 것처럼 글을 쓰다 보니
그 글들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고, 휴식이 되었다.

그런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김윤태 대표님의 권유가 충격을 줬다.

“유 선생님 칠십 세를 그냥 보내지 마시고
그동안의 그림과 글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보셔요.”

삶을 들추어 보듯, 오래된 일기장과 앨범 속의 그림과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지난날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세상에 내놓기에 많이 부족한 나의 그림과 이야기들이지만
그동안 잘 살아냈다고 토닥토닥 자신을 칭찬하는 의미로
부끄럽지만 책으로 묶어보려고 한다.

제자들에게는 불꽃 같은 열정을 아낌없이 몰아줬고
후배 교사들이 나의 친구가 돼주었고
많은 제자들과 후배와 지인들이 나의 두터운 울타리가 되어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있다.

일하던 아내, 엄마인 나에게 늘 잘한다고 응원해주는
남편과 아들, 딸에게도 감사하다.
내가 잘 살아내게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그리고 세상을 일찍 버리신 아버지와 엄마, 남동생에게
나의 부족한 마음을 담아낸 책을 보여드리고 싶다.




도서 정보  :  유순영 지음  |  선  |  408쪽  |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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