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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학의 해체와 중국철학의 모색 <근대국학의 탄생>

출판저널 편집부 2024-05-30 10:37:36 조회수 289

1920-1930년대 중국의 사상사 및 학술사에 대한 그림을 그리다


이 책은 중국에서 근대국학이 탄생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려는 시도로서 1920-1930년대 중국사상사와 그 가운데 탄생한 중국 국학의 발전을 다룬다. 1911년 수십 년에 걸친 외세의 침략과 내부적 동요 끝에 300년을 군림했던 청 왕조가 무너진 후, 1920년대는 막 성립한 근대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과도기였다. 왕조의 몰락은 결국 이천 년간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유교는 근대국가의 이념으로 채택되기는커녕 이미 생명이 끊어진 역사적 유물로서 정리와 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국학이다. 국학은 유교를 비롯한 전통의 잔재를 정리하는 작업으로서 출현했다. 일부 학자는 국학이라는 작업을 통해 유교 혹은 전통적 사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기도 했으나 그런 시도는 대륙의 공산화와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유교 경학의 해체와 함께 출현한 중국철학(사)의 모색


이 책은 중국에서 근대국학이 탄생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려는 시도로서 1920-1930년대 중국사상사와 그 가운데 탄생한 중국 국학의 발전을 다룬다. 1911년 수십 년에 걸친 외세의 침략과 내부적 동요 끝에 300년을 군림했던 청 왕조가 무너진 후, 1920년대는 막 성립한 근대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과도기였다. 왕조의 몰락은 결국 이천 년간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유교는 근대국가의 이념으로 채택되기는커녕 이미 생명이 끊어진 역사적 유물로서 정리와 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국학이다. 국학은 유교를 비롯한 전통의 잔재를 정리하는 작업으로서 출현했다. 이런 주제화의 맥락에서 중국 지식인들은 소위 중국철학, 또는 중국철학사라는 학술 분야를 창설한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바로 이런 근대국학의 탄생, 즉 유교 경학의 해체와 함께 출현한 중국철학(사)의 모색이다.

근대 중국의 사상 흐름을 정리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다


서양 문명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동아시아의 근대는 10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1세기를 맞이했고, 다시 22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사이 먼저 일본이 부상했고, 그 뒤를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이 일어났으며, 21세기의 20년대 또 다른 미래의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도달했다. 21세기와 22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중국몽은 한바탕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갈림길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이 그려 보이는 그림은 중국 사상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더불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호적에서 양계초, 풍우란을 거쳐 고힐강, 전목, 후외려에 이르기까지,
근대국학 탄생기를 체계적으로 종합하다


중국 근대국학의 탄생을 논의하는 이 책은 먼저 근대국학의 배경 혹은 전사(前史)로서 의미를 가지는 국수파의 국학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국수파의 활동은 순수한 학문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이념적 성격이 강한 활동으로서 애국주의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적 성격이 강했다. 본격적인 근대국학은 그런 국수파의 연구에 대항하여 새로운 방식의 연구에 뛰어든 호적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호적과 양계초의 국학 방법론 및 학문적 지향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근대국학의 방법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과, 그러한 방법을 활용하는 근대국학의 목적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근대국학의 탄생기에 발생했던 제자백가 연구를 둘러싼 신구(新舊)의 대립과 ‘노자’의 출현 시기에 관한 학자들의 논쟁 등 학술 논쟁을 중심으로 근대국학의 문제의식과 지향을 살펴본다.
제2부에서는 호적, 양계초, 풍우란의 국학 연구 방법 및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호적, 양계초, 풍우란의 학문 태도 및 방법은 분명한 차이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런 차이가 결국 근대국학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 세 사람의 중국철학 연구 방법 및 학문적 지향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것은 근대국학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먼저 근대국학의 창설자라고 할 수 있는 호적은 미국에서 과학적 방법과 문헌학을 배워 그 방법을 중국에 소개했으며, 전통 시대에는 거의 무시되었던 묵가 및 유가의 철학을 서양 논리학 및 문헌학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했다. 호적의 과학적 방법론에 자극을 받은 양계초는 호적과는 다른 관점에서 묵자 및 청대 학술사 연구를 진행했다. 끝으로 현시점에서도 중국철학 및 중국 사상을 공부하는 전 세계의 모든 연구자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기본서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중국철학사』를 저술한 풍우란은 전통 철학을 토대로 자신의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창조하는 과업을 완성했다.
제3부에서는 1930년대 이후 국학 연구의 다양한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고힐강, 전현동 등 호적의 방법론적 영향을 받은 학술 그룹인 소위 ‘고사변파’의 학문을 살펴보고, 양계초 및 풍우란과는 다르게 훨씬 전통적인 관점에서 국학 연구를 진행한 백과전서적 국학자인 전목의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또한 당시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분열되어 투쟁하던 중화민국 시기의 연구 성과들, 특히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강하게 투사하고 있는 연구들을 소개하며, 공산화된 대륙 중국의 이데올로기적 주류가 되었던 후외려의 국학 연구 방법을 논의한다. 후외려의 사상사적 관점은 사회와 관련된 사상의 전개라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철학사의 협소한 관점을 극복하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국 사상사 및 철학사 연구에 거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된다.

경학을 넘어 중국철학사로


앞에서 말했듯이 근대적인 의미의 국학은 호적에서 시작되었다. 호적의 『중국철학사대강』은 서양철학의 관념과 방법론을 도입한 최초의 중국철학사 저작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런 방법론 및 관념을 도입한 것이라야 비로소 ‘근대국학’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원배가 평가하는 것처럼 호적의 『중국철학사대강』은 증명, 분석, 평등, 체계적 연구를 특징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근대적 국학의 길을 열어준 작품이었다. 호적의 『중국철학사대강』은 과학적 문헌학 방법론을 근거로 중국의 철학 및 사상 전통을 해명하는 국학 연구의 새로운 전범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호적의 철학사는 진정한 철학적 연구라고 보기에는 커다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호적의 철학사 연구는 철학 및 사상의 전체상을 밝히는 작업이 아니라 철학 문헌에 대한 고증학적 해명으로 축소되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는 이런 맥락 속에서 등장했다. 풍우란이 출현함으로써 ‘중국철학사’는 문헌학이 아니라 철학의 한 분야로서 새로운 방향을 얻게 된다. 호적의 중요성이 근대국학의 창출이었다면, 풍우란의 중요성은 근대국학을 본격적인 중국철학사로 승화시키고, 하나의 학문 분야를 정립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풍우란은 ‘철학성’ 원칙과 ‘민족성’ 원칙에 따라 『중국철학사』를 저술한다. 먼저 풍우란은 ‘철학성’의 발견과 ‘의미의 해석’이라는 과제 자체가 철학사를 쓰는 사람의 목표라고 보았다. 이어서 그는 ‘민족성’ 원칙에 의거하여 보편적 철학이 아니라 ‘중국적 철학’의 의미를 밝히는 것을 ‘중국철학사’의 과제라고 보았다.
호적과 풍우란의 등장으로 소위 ‘중국철학사’는 전통적인 경학을 대체하는 근대국학의 한 분과로서 확립되지만, 풍우란이 제시한 몇 가지 기본 원칙에 의거하여 ‘중국철학사’는 명확한 방향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풍우란의 철학사는 중국에 ‘철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그 ‘철학’의 흐름에 대한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서술이 ‘철학사’의 과제라고 본다는 원칙을 제안했다. 그리하여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는 ‘경학’의 틀을 완전히 탈피하여 중국철학 연구의 방법을 확립한 전범적 저작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었다. 경학을 넘어서 국학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탄생한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는 불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진행형의 국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1980년 이후 중국의 학술계에 불어닥친 시대 전환의 기류 속에서 오늘날에는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의 국학 연구가 일어나고 있다. 1920-1940년대의 국학 열기를 ‘제1차 국학붐’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1980년 이후의 그것은 ‘제2차 국학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제2차 국학붐’은 ‘제3차 국학붐’으로 진화하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현재진행형의 국학을 이해하기 위한 토대로서 1920-1940년대 근대국학 탄생기의 상황을 정리하고 종합하는 이 책의 작업은 매우 큰 학술적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도서 정보  :  이용주 지음  |  이학사  |  615쪽  |  값 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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