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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미안해서 내가 되기로 했다 <퇴직, 나로 살아가는 즐거움>

출판저널 편집부 2023-11-14 09:20:23 조회수 459

꾸밈없이 진솔한, 불안하지만 꽤 편안한!

우리들의 미래이자 현실이 될 이야기


퇴직자 유인창이 고백하는 중년 프리랜서의 모든 것
모든 직장인이 소망하는 꿈이자 두려워하는 미래, 퇴직.
2023년 많은 신문사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연령은 약 49.3세다. 취업연령은 높아지고 퇴직연령은 낮아지는 최근, 도서 시장에서는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자기계발서들이 범람한다. ‘누구든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직장인의 삶을 그만두면 자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라는 게 그 책들의 골자이다.
그러나 이들 도서는 두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하나는 모든 독자가 책의 내용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시중에 넘실거리는 ‘성공한 퇴직자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이 겪을 일상과는 아주 유별나다는 점이다.
든든한 뒷배도, 묵직한 재물도 없는 평범한 퇴직자. 그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중년 프리랜서 유인창은 《퇴직, 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통해 대다수 퇴직자가 겪을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고백한다.

“불안하지만 꽤 편안하고, 어렵지만 나름 행복하다.”

대책도 없이 퇴직을 꿈꾸는 독자들에게는 냉정한 현실을, 당장의 현실이 막막해 퇴직이 두려운 독자들에게는 소소한 희망을.
우리들의 미래이자 현실이 될 이야기. 《퇴직, 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통해 허풍 따윈 일절 없는 ‘퇴직 선배’의 꾸밈없는 인생사를 들어보자.



■ 나에게 미안해서 ‘내’가 되기로 했다

“그 나이에 왜? 얼마나 남았다고.”

1년만 더 버티면 자동으로 정년 면직되는 직장 동료. 그런 동료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지은이 유인창이 사표를 제출했던 당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위의 예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1년만 더 월급을 받고 정년 면직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니까.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지은이는 월급과 성과급까지 내던지며 퇴사했을까?
1장 〈나에게 미안해서 프리랜서가 됐다〉 편에서, 지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한 마음가짐과 포부를 밝힌다. 30년 기자 인생을 살면서 미루고 미루었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다. 바로 스스로를 위한 일상, 자기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살아가고자 함이었다.
단순히 ‘직장생활이 질려서’와는 다르다. 그에게 퇴사란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도주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한 도전이었다.
마치 카이사르가 로마를 접수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결정한 것처럼, 지은이 역시 지금까지의 인생과 과거를 부정하기로 결심하면서까지 새로운 삶을 쟁취하고자 퇴직을 결정했다. 모아놓은 돈도 얼마 없는 주제에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허심탄회하게 자조하면서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지은이의 결심에 독자들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 불안하지만 꽤 편안한

“퇴직 이후의 삶은 인생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지은이 유인창은 2부 〈불안하지만 꽤 편안한〉, 3부 〈퇴직, 질문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퇴직자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2부의 제목처럼 재력이 든든하지 않은 퇴직자는 일상에서 늘 불안에 시달린다. 프리랜서로 살게 되자 버는 돈이 줄었고, 이전처럼 벌기 위해서는 몸이 혹사해야 했다. 돈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불규칙하게 바뀐 일상. 이는 퇴직을 결정했거나 앞둔 사람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지은이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허풍으로 감추지도 않는다. 도리어 진솔하게 어려움을 토로하며 ‘돈이 많았으면…….’이라는 넋두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는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은 시간과 감정의 자유를 얻고자 안정된 월급을 교환했을 뿐이라고, 그 교환이 꽤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고.
천직이라 생각했던 기자가 되었으나 자긍심이나 뿌듯함은 일찍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관성에 의한 잿빛 일상과 타성에 젖은 빛바랜 마음이다. 그리하여 퇴직했을 때, ‘기자’라는 두 글자를 삶에서 완전히 지웠을 때, 지은이는 잊고 있던 얼굴을 되찾았다. 텅 빈 시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채웠고, 그 성찰을 통해 되찾은 것은 다채롭고 풍부한 감정이었다.


■ 아름다운 할아버지가 되는 즐거운 인생 실험

지은이 유인창의 목표는 명확하다. 아름다운 할아버지가 되는 것, 나로 살아가는 인생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 4부 〈이제야 내가 되어간다〉와 5부 〈내일은 더 아름다울 나〉는 그 목표를 이루어가는 여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화를 소개한다.
한평생 살림에 전념한 적이 없던 중년 남성이 요리에 도전하고, 늘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를 그려보고, 그간 참기만 했던 취미 생활에 전념해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할 일을 정리하여 하나하나 달성하기도 한다.
꾸밈없이 담백한, 불안하지만 꽤 편안한 인생 이야기. 본인의 삶을 화려하게 포장하고 그 거짓된 아름다움으로 관심을 끄는 세간의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의미로서의 ‘에세이’라 할 수 있겠다.

도서정보  :  유인창 지음  |  페이퍼로드  |  264쪽  |  값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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