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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과 심플라이프를 꿈꾸다 <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

출판저널 편집부 2023-11-01 09:49:53 조회수 106
그래서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도시인들이 귀촌을 꿈꾼다. 대중매체에서 만났던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의 이웃들,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기대하며 도시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골에 산다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을 겪게 된다. 예상보다도 고된 육체 노동과 불편한 기반 시설, 부족한 의료와 복지 서비스에 고령화되고 폐쇄적인 분위기는 시골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그럼에도 시골에서 살기로 결심하는 이유는 시골과 도시의 ‘작은 차이’ 때문이다.
이 책은 시골살이의 일상과 장단점을 차분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한다. 예비 귀농, 귀촌인 들을 위한 실용적인 노하우도 함께 담겨 있다. 대도시에 살던 저자는 귀촌한 지 20년이 넘었다. 20년이라는 세월 속에 담긴 삶의 과정과 농촌이 가진 빛과 그림자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는 낭만적인 동시에 무섭도록 현실적이다.

시골과 도시의 작은 차이는 귀촌자들에게 기쁨과 충만함을 주지만 때로는 갈등과 슬픔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시골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시골의 한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며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골은 자신에게 다가온 변화를 포용할 때 기적 같은 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곳이다.



안락한 귀농, 귀촌 생활을 위한 안내서
평생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로 거주지를 옮긴다는 건 사실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이 책은 귀촌을 생각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 조언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지인에게 쓴 정성스러운 편지처럼 소개하고 있다. 귀촌하기 전 배워보면 좋을 귀농 교육 정보와 처음 집 터를 마련할 때의 기준부터 집을 짓는 업체를 선정했던 방법, 시골살이에 알맞은 집 크기, 각종 설비를 설치하는 비용과 수리 시 확인해야 하는 곳, 지대에 알맞은 농사 짓는 방법과 작업 요령, 시골에서 가지면 좋을 취미와 건강 관리 방법 등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골에서 재미있고 알차게 살아가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시골살이에서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정보를 따로 정리해 덧붙임이라는 이름의 코너로 본문 내용 뒤에 추가했다

시골과 도시의 작은 차이들
시골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단독주택이 많아 집안 설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무언가 고장이 났을 때 수리 센터에 연락하는 도시와는 달리 가능한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도시보다 설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혼자서 해결이 안되면 이웃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마트에 가는 대신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 먹으니 식탁은 소박하지만 풍요롭다. 반면, 밤에도 거리가 환한 도시와 달리 시골은 해가 지면 할일이 없다. 집에 들어가 조용히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것이 일상이다. 가족과 화합을 이루고 행복을 추구한다는 본질적인 점은 시골과 도시가 대동소이하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상을 보내는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이 작은 차이로 인해 삶의 지향점도 조금씩 달라진다. 좋은 차와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던 가치관은 나와 이웃, 지구에서 함께 살기로 중요성이 옮겨 간다.

책에는 평생 도시인으로 살던 저자가 시골에 정착하면서 느꼈던 혼란과 이후 차이를 인정하고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잘 담겨 있다. 귀촌을 결심한 또는 꿈꾸는 이가 있다면 이 책에서 미리 시골과 도시의 차이를 미리 발견해보면 어떨까? 미래의 행복한 귀촌생활을 위해 실용적인 조언들을 밑줄 그으면 더 좋다.

도시의 정형화된 동선과 다르게 시골의 공간은 정해진 틀이 없습니다. 이동할 때도 탁 트인 넓은 길을 여유 있게 돌아다닐 수 있고 시야 역시 막힌 곳이 없어 멀리까지 훤히 볼 수 있습니다. 인구 밀도가 현저히 낮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가끔은 그 밀도 낮은 공간이 사람을 외롭게도 만들지만요.
프롤로그-그래서 여기 살고 있습니다 中

다행히 방황의 시간이 계속되진 않았습니다. 혼란은 조용히 물러났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착에 적응한 것입니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으로 점차 상쇄돼 갔습니다. 숲과 짐승들, 작은 곤충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은하수, 맑은 날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겨울의 눈세계……. 주변의 풍경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떨쳐내게 만드는 일등공신입니다. 어차피 도시의 소음과 혼란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문화생활 그리고 외로움 中

기적 같은 시골살이
시골은 흘러가는 시간이 도시보다 느리게 체감되기에 정신적인 여유를 가질 시간이 넉넉하다. 저자는 말한다. 호미를 들고 밭에 나서면 이걸 언제 다 하지 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잡초가 뽑혀 나가고 말끔한 면적이 한 뼘씩 넓어질 때 묘한 쾌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고. 또 직접 심어 정성스레 기른 작물을 수확할 때의 기쁨은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희열이다. 꽃이 피고 지고, 새로운 새순이 자라고 떨어지는 계절마다 확연히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것도, 가끔 벌어지는 산 속 짐승들과의 조우나, 마음 맞는 이웃과 모여 함께 땀 흘리며 일을 하는 것 모두 도시에서는 맛보기 힘든, 시골에서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 비슷한 생활 방식,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며 연대하고 교류하다 보면, 도시생활은 마치 먼 외계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에서 살 때는 하늘을 올려다본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하늘을, 노을을 눈에 가득 담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다볼 일도 많습니다. 성찰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그래서 여기 살고 있습니다 中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적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골에선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기, 시골에 살고 있다.

도서정보  :  박중기 지음  |  소동  |  276쪽  |  값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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