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 철학이 오늘날 중국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현실 정치의 언어로 작동하는지 정밀하게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 샤디 바취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투키디데스와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개념이 중국 지식인들에 의해 어떻게 선택되고 재구성되어 통치 이념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는지 면밀히 살핀다. 이 책은 철학과 권력, 고전과 현실이 맞물리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고전을 둘러싼 정치적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플라톤의 《국가》에 등장하는 ‘고귀한 거짓말’이나 이상국가 ‘칼리폴리스’ 개념을 국가 통치의 논리로 전유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민 개념을 위계와 질서 중심의 정치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공자의 ‘조화(和諧)’와 같은 유가의 핵심 개념은 플라톤의 사상과 나란히 놓이며 새로운 국가 이념과 연결되고, 철학은 이상을 향한 사유에서 통치를 위한 도구로 바뀌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흐름이 16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에서 시작해, 량치차오와 마오쩌둥을 거쳐 톈안먼 이후의 지식인 담론과 오늘날 미중 갈등, 세계 질서 논쟁 속에서 철학이 전략적으로 호출되는 방식까지 긴 호흡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고전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의 도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한 문화가 고전을 읽는 방식이 곧 그 문화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함을 보여준다.
도서정보 : 샤디 바취 지음 | 심규호 옮김 | 언더스탠드 | 440쪽 | 값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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