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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니어도

출판저널 편집부 2025-07-01 10:00:56 조회수 29



2020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서수진의 신작 장편소설 『엄마가 아니어도』가 출간되었다. 호주에 거주중인 작가는 4년 전 퀴어 단편소설을 위한 취재 과정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진 한국인 게이 교민을 만났다.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세요”라는 한마디에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날아가 며칠간 머물며 들었던 그와 남편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


그후 이름을 다 거론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의 이야기가 덧붙고 “무수한 고비를”(작가의 말) 넘어 완성된 소설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엄마가 아니어도’라는 제목 뒤에 따라붙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며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수작이다.


『엄마가 아니어도』는 그간 서수진의 작품이 조명해온 문제를 퍼즐처럼 꿰맞춘 결정판이다. 가족이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생각”(63쪽)해온 주인공 ‘인우’가 사랑하는 남자와 가정을 꾸린 후 직장마저 그만두고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코리안 티처』 『유진과 데이브』의 인물들을, 자신의 아이를 품은 채 사라진 대리모를 찾아 헤매는 여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어리고 젊은 여성들을 만나는 대목은 『올리앤더』 『다정한 이웃』의 주제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작가는 오랫동안 천착해온 ‘경계에서의 삶’을 한층 폭넓게 펼쳐 보인다. 가족과 이웃,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소년과 어른, 한국과 외국까지… 그간 탐색해온 경계선을 무(無)에서 유(有)가 되는 출발선으로 옮겨놓음으로써 흔히 고귀하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생명의 탄생이 담보해온 욕망을 들여다본다.


도서정보  :  서수진 지음  |  문학동네  |  282쪽  |  값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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