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은 왜 4일 만에 개 고양이 40만 마리를 자발적으로 학살했나?
동물들의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책
1939년 9월, 영국은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선전포고 4일 만에 최소 40만 마리, 일주일 만에 75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해당했다. 정부, 수의사, 동물단체가 모두 반대했는데도 사람들은 동물을 안락사시키기 위해 동물병원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스스로를 ‘동물 애호가’로 즐겨 정의하는 영국인들이 왜 함께 살던 개, 고양이를 자발적으로 학살했을까?
영국은 6년간의 전쟁 동안 민간인 6만여 명이 사망했다. 반면 개와 고양이는 ‘적’의 공격이 아니라 그들 각자의 보호자가 내린 결정으로 죽임을 당했다. 저자는 동물 권리의 관점으로 전시 서사에 동물을 끌어들여 인간의 전쟁에서 지워진 동물 학살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로써 이 전쟁은 인간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겪은 전쟁이 되었다.
동물의 것이든 인간의 것이든 역사를 쓰려면 먼저 그들에게 ‘과거’가 존재했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대중역사와 문화사, 동물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서 잊힌, 또는 잊히기 바라는 이야기를 꺼내 든다. 전쟁 중에 인간의 삶이 바뀌는 것처럼 동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구체적인 논증과 예리한 분석으로 개와 고양이의 대학살에 대해 알리고, 전쟁 중의 동물이 스스로 전쟁을 견디고 인간을 도왔다는 사실을 알린다.

전쟁 중 당당하고 사랑스러웠던 동물들의 생생한 삶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는 제일 힘든 시기에 알 수 있는 법이다
전쟁이 다가오자 영국인들은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안락사를 결정한다. 폭격에 대비해서 자녀를 시골로 보내고, 암막 커튼을 만드는 것처럼 동물을 죽였다. 국가의 명령도 아닌 개별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죽음이 모여 대학살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건 결국 인간이다. 하지만 실제 전쟁 중에 개와 고양이는 숨는 습성 덕분에 인간보다 훨씬 덜 다쳤다.
전쟁 전에 인간과 동물이 맺은 관계의 차이에 따라서 어떤 개는 살았고, 어떤 고양이는 죽임을 당했다.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인간과 동물은 전쟁과 공습을 거치면서 더 단단한 관계가 됐다. 동물-인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그들은 전쟁 중 6년 동안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간과 동물의 음식 구분은 사라졌고, 공간도 함께 나눴으며, 서로가 죽음의 공포를 다독이고, 보호했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감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이 되었다. 이 책은 동물을 전쟁의 중심 무대로 이동시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무거운 주제지만 폭탄이 떨어지는 걸 아는 고양이 이야기처럼 생존자들이 들려주는 안타깝고, 사랑스럽고, 당당하고, 어른스러웠던 전쟁 중의 여러 개, 고양이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도서정보 : 힐다 킨 지음 | 오윤성 옮김 | 책공장더불어 | 332쪽 |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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