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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형성에서 미래의 추세까지 <국가론>

출판저널 편집부 2024-12-19 12:37:25 조회수 124

국가이론 연구의 결정체이자 새 지평을 연 독창적인 걸작!

현대정치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가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논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작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 개념은 천차만별로 해석되어왔다.
저명한 국가이론가 밥 제솝은 이 책에서 국가의 개념과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국가와 국가권력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국가들의 세계를 올바로 조망하며, 국가와 더 넓은 사회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 책은 국가의 형성과정, 발전단계, 국가 스케일의 재편과 미래 전망, 국가와 정치질서의 위기, 국가 간 관계 등 국가 연구의 핵심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제솝은 헤게모니ㆍ강제력ㆍ통치ㆍ거버넌스 등 주요 개념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정상국가’와 ‘예외국가’, ‘실패한 국가’나 ‘불량국가’의 의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예외가 정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국가의 복잡한 현실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정리로 핵심을 탁월하게 짚은 이 책은 정치학도ㆍ사회학도ㆍ행정학도ㆍ지리학도는 물론 현대사회에서 변화하는 국가의 역할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필수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견줄 만한 국가이론 분야의 명저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밥 제솝은 『자본주의와 국가』를 펴낸 1982년부터 2025년에 소개될 논문에 이르기까지 40년 넘는 기간 동안 왕성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국가이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다. 2016년에 출간된 “The State: Past, Present, Future”는 그때까지 제솝이 구축해온 국가이론을 집약했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자본주의 이전 국가들로 논의를 확장한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국가론』은 바로 그 책을 제솝의 제자인 경남대학교 지주형 교수가 번역을 맡은 것으로, 단순한 번역서를 넘어 거의 공저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상당한 시간과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원주의 몇 배나 되는 상세한 각주와 주요 번역어에 대한 소개, 원서의 간략한 색인을 무색케 하는 방대하고 상세하며 체계적인 ‘찾아보기’ 등만 봐도 지주형 교수가 얼마나 큰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번역에 임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주형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는데, 이는 자신의 스승에 대한 의례적인 상찬이 아님을 책을 읽다 보면 충분히 깨닫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최종적으로 제솝의 국가이론 연구를 통해 국가도 자본처럼 ‘사회적 관계’라는 입장으로 수렴되었다. 그러므로 제솝의 『국가론』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 완수하지 못한 체계적인 국가 비판을 최선의 수준에서 실현한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 자본권력에 대한 이해와 비판의 출발점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면, 현대 국가권력에 대한 이해와 비판의 출발점은 제솝의 『국가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국가론』은 그의 국가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를 집약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이 마르크스의 미완성 국가 연구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가이론 분야에서 『자본론』에 견줄 만한 명저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444~446쪽)

◆ 국가에 대한 신화를 해체한 이론적 혁신

국가의 3대 요소가 영토, 국민, 주권(제솝의 표현으로는 국가영토, 국가인구, 국가장치)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유럽 대륙적인 헌법이론ㆍ법이론ㆍ국가이론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제솝은 여기에 ‘국가관념’이라는 네 번째 요소를 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각자가 답을 내릴 수 있는 주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연구자들 입장에서 이 질문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곧바로 ‘개념의 무질서’와 마주치게 된다.

핵심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법적 형태, 강제력, 제도적 구성과 경계들, 내적 작동과 계산양식, 선포된 국가 목적, 더 넓은 사회를 위한 기능 또는 국제체계에서 차지하는 주권적 위치 중에서 어느 것이 국가를 가장 잘 정의하는가? 국가는 사물인가, 주체인가, 사회적 관계인가, 아니면 정치적 행위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구성물인가? 국가특성stateness은 변수인가, 그렇다면 그것의 중심적 차원들은 무엇인가? 국가와 법, 국가와 정치, 국가와 시민사회, 공과 사, 국가권력과 미시적 권력관계들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국가는 고립된 단위로서 간주될 때, 정치체계의 부분으로서 간주될 때, 또는 더 넓은 사회구성체나 세계사회의 한 요소로 간주될 때 중 어느 때 가장 잘 연구될 수 있는가? 국가들은 영토적ㆍ시간적 주권을 가지고 있는가, 또는 제도적ㆍ의사결정적ㆍ작동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주권 또는 자율성의 원천과 한계는 무엇인가? (55쪽)

◆ 국가와 국가권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틀 제공

복합적이고 난해한 국가의 본질과 다양한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제솝은 국가에 대한 경제주의적ㆍ도구주의적ㆍ기능주의적 신화부터 해체한다. 대신 그는 국가의 형태, 국가가 속한 사회적 관계, 국가를 둘러싼 전략적 실천에 초점을 맞춰 마르크스의 국가론을 재구성한다. 제솝의 이러한 ‘전략관계적 접근법’은 자본주의 국가란 지배적 전략이 그 형태를 규정하는 사회관계임을 밝히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국가와 국가권력에 대한 네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국가는 권력을 소유하지 않는다. 둘째, 국가 그 자체는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다. 셋째, 권력 행사의 주체는 개별적인 국가기관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집단들이다. 넷째, 국가권력이란 여러 다른 사회세력들이 국가장치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권과 영향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국가효과라 할 수 있다.
지주형 교수에 따르면 제솝의 ‘전략관계적 접근법’은 국가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 사회이론으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사실 이 접근법만으로는 국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국가 자체에 내재한 ‘부분-전체 패러독스’ 때문이다. 부분-전체 패러독스란 전체 사회의 한 부분에 불과한 국가가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사회 전체의 문제에 책임을 지는 특수한 위치에 있음을 가리키며, 국가는 이러한 부분-전체 패러독스의 최고 구현체다.
이렇듯 복잡다기한 국가에 관한 이론들을 제솝은 여섯 가지 접근법으로 분류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를 제시함으로써 본격적인 세부논의에 앞서 큰 흐름을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섯 가지 접근법’은 1) 역사적 구성, 2) 형태적 구성, 3) 제도주의 분석, 4) 행위자 중심적 제도주의, 5) 결합태 분석, 6) 국가 의미론과 정치적 담론이다. [표 1-1]과 같은 저자의 독자적인 정리로 먼저 워밍업을 한 후 국가의 다양한 종류와 국가관념, 국가권력, 국가장치, 국가성, 국가특성, 국가 프로젝트, 거버넌스, 스케일, 헤게모니 등의 주요 개념을 알아보고 자본주의적 유형의 국가와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 간 차이, 국가의 미래 추세까지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될 것이며,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다시금 진지하게 국가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정보  :  밥 제솝 지음  |  지주형 옮김  |  여문책  |  544쪽  |  값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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