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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쓰레기의 세계사>

출판저널 편집부 2024-11-04 13:04:35 조회수 32

우리가 버리고, 태우고, 묻고, 밀어낸 모든 것

쓰레기에 대한 최전선의 세계사

죽은 쓰레기가 살아 있는 존재들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를 달리하며 우리를 위협한다. 72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고, 전 세계 3분의 2의 산호가 하얗게 변했다. 바다의 어종이 바뀌고, 농산물의 재배지가 바뀌었다. 겨울은 한 달 짧아지고 여름은 한 달 길어졌다. 폭우와 폭염뿐이던 유난했던 여름이 지나고, 우리는 더 길어지고 더 뜨거워질 내년 여름을 상상한다. 익숙했던 사계절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 여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의 실마리가 되어줄 ‘쓰레기 책’이 있다.

우리가 밀어낸 것들이 우리를 압도할 때
기후 위기의 시대에 다음 역사를 쓰는 법
인간의 역사는 쓰레기의 역사와 같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있었다. 네안데르탈인도 쓸모없는 물건을 버렸고, 고대 로마도 19세기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하려 고군분투했다. 쓰레기는 현대의 도시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도시들은 저마다 수거 체계와 수도망 같은 처리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쓰레기로 새로운 지형을 창조한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를 쌓아 올려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입지도 않고 버린 옷으로 우주에서도 관찰되는 알록달록한 ‘쓰레기 해변’을 만들고, 바다에 내버린 플라스틱으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든다.
쓰레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버리고, 묻고, 태우고, 화학 처리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도 쓰레기는 왜 사라지지 않고 ‘증식’하는가?

쓰레기를 모르고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인 저자 로만 쾨스터는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된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쓰고 버린 부작용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선사 시대부터 전자 폐기물의 현대까지, 인류 문명의 거울로서 쓰레기 고고학부터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를 밀어내는 쓰레기 식민지의 현대까지를 살피는 이 책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포괄적이고 철저한 연구로 쓰인 ‘인류의 더러운 역사’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버리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라.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차이트(ZEIT)」


- ‘2024 독일 논픽션상’ 노미네이트
- ‘2024 최고의 과학 도서’ 파이널리스트
- FAZ, SZ, NZZ 등 독일 언론 강력 추천



‘쓰레기 경제’의 세계적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한도 초과 쓰레기의 시대,
우리가 쓰고 버린 부작용의 역사


인류세를 넘어선 지속 불가능 ‘쓰레기세’의 시대
우리는 우리가 버린 것들 위에 산다
“남은 일생에서 올여름은 가장 선선한 여름” “겨울은 1개월 줄고, 여름은 1개월 늘어” “뜨거운 바닷물에 전 세계 산호 3분의 1이 하얗게 질렸다”… 눈앞에 닥친 환경 재난을 경고하는 신문 기사가 넘쳐난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가열화(Earth Heating)’, 기후 변화에서 기후 위기를 넘어서 ‘기후 붕괴’라는 명명까지 들려온다. 인간의 영향으로 형성된 지질 시대를 의미하는 단어 인류세(Anthropocene)에서 ‘쓰레기세(Wasteocene)’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지금의 지층을 살펴본다면 온통 플라스틱 조각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쓰레기는 유일하게 증가하는 자원이다.” 플라스틱은 기후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플라스틱은 생산되고 소비되고 수거되고 처리되는 ‘생애주기’ 내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가 매일 내놓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에펠탑 100여 개 무게에 달한다. 쓰레기의 양은 2차 세계 대전 직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래 계속 늘어나고만 있으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만 지금보다 75% 증가한 34억 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편리한 소비만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가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는 외곽으로, 식민지로, 저개발국가로 떠넘겨지고, 쓰레기는 태평양 위 거대한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문명의 거울로서의 쓰레기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쓰레기가 따르고, 쓰레기는 인간 존재와 삶의 방식을 증언한다. 쓰레기의 역사는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000년 사이,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한곳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인류는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 재, 부서진 도구를 마주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내버리고’ 구덩이에 ‘던져 넣어서’ 쓰레기를 해결했다. 노르웨이에 있는 한 석기 시대 쓰레기장은 길이 300m에 8층 건물 높이 규모를 자랑한다. 이탈리아 로마 테베레강 동쪽 기슭에는 몬테 테스타치오라는 언덕이 있다. 높이 50m, 둘레 1000m 규모의 이 언덕은 과거에 대형 쓰레기 매립지였다.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큰 도시였던 우르크에서는 문자와 글을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와 배설물을 내려보내기 위한 하수도 시스템도 만들었다. 고대 이집트의 헤라클레오폴리스에서는 제9왕조와 제10왕조(기원전 약 2170년)에 이미 귀족들의 쓰레기를 일괄적으로 수거해 나일강에 배출했다. 마야에는 유기물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있었다. 트로이 사람들은 쓰레기를 단순히 문밖에 던져버린 것으로 보이지만, 아테네에서는 기원전 5세기에 이미 거리 청소(코프롤로고이, Koprologoi)가 시행되었으며 매립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34쪽, 1장「선사시대:이모든쓰레기의시작」)

“쓰레기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도시 지형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경사가 있거나, 도시가 산 위에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산이 많은 로마는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었다. 로마는 기원전 6세기에 건설된 개방형 하수관 클로아카 맥시마를 통해 하수와 쓰레기를 테베레강으로 떠내려 보냈다. 콘스탄티노플은 긴 역사 동안 쓰레기 문제로 크게 골머리를 앓지 않았는데, 도시 주변에 경사가 있었고, 물살이 거센 보스포루스 해협과 마르마라해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45쪽, 2장「도시의시작,그리고지저분한발전」)

쓰레기, 발전된 도시를 만들다
도시가 급성장하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며 쓰레기의 양도 급격하게 늘었다. 쓰레기가 드디어 삶의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기존의 처리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자 시 당국은 하수도망 건설과 쓰레기 수거 같은 처리 ‘인프라’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19세기의 도시들은 이웃 도시의 청결도를 평가하며 ‘더러운 도시’라는 오명을 붙이거나, 상대를 모방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처리 주체의 공공화와 민영화, 처리 절차와 운송 수단의 발전, 쓰레기차가 들어갈 수 있는 도로의 건설 등 이런저런 시도와 실패, 성공의 과정에서 ‘쓰레기통’도 발명되었다. 거대한 노란색 컨테이너가 대도시 주거지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베를린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를 자처하며 동시에 마르세유를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로 격하했다. 뉴욕 시민들은 더러운 거리를 부끄럽게 여겨 문명화된 도시에서 이름을 빼고 싶어 한 반면, 파시즘은 말 그대로 이탈리아를 청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쓰레기는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여겨졌다. 1950년대 미국인들은 스웨덴 거리에 맥주와 음료 병이 쌓여 있지 않고 깨끗하다는 점에 경의를 표했다. 물론 몇 년 지나지 않아 소비 사회가 당도하면서 스웨덴 거리에도 빈 병이 쌓이게 되었다.” (267~268쪽, 11장「대형쓰레기통과‘남자들의자부심’」)

청결에 관한 인식이 생기고, 쓰레기가 질병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차차 위생 개념이 생겨났다. 각 도시는 위생 관련 학술지를 만들어 관련 지식을 교류했고, 토양의 증기에서 질병이 발생한다는 미아즈마 이론이 세균학으로 대체되었다. 세균학자 윌리엄 세지윅은 이렇게 말했다. “1880년대 이전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위대한 10년을 거친 1890년대 이후에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세균학은 과학적인 도시 위생의 시작을 알린 변곡점이었다.

식민주의의 지배 논리가 된 쓰레기
식민주의자들은 쓰레기 처리 인프라를 갖춘 깨끗한 도시, 그리하여 질병 없는 선진적 도시라는 이상을 식민지에 제시했다. 식민 권력은 ‘위생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지역의 전통적인 쓰레기 처리법을 폐기했고, 위생 수준을 서구 기준으로 ‘끌어올리고자’ 위생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이것이 문명의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포장된 것은 물론이다.

“1889년 케냐 나이로비를 점령할 당시 식민 지배자들은-무법천지나 다름없던 초기 단계의 도시를 규제하기 위해-도로 청결과 쓰레기 수처 및 처리에 특히 신경을 썼다. 이 시스템은 도시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커지기 전인 1970년대까지는 전반적으로 잘 작동했다. 1900년대 이후 마다가스카르에는 프랑스인들이 개방형 수도관과 우물, 변소 같은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런 도시 개선 프로젝트가 통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서 지배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193쪽, 8장 「‘우월한 위생’?: 식민주의의 핑계」)

편리함은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1969년 노르웨이 실험고고학자인 토르 헤위에르달은 직접 만든 카약을 타고 태평양을 가로질렀다. 그의 눈에 띈 것은 당장 15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슈퍼마켓이라는 소비 형태가 전 세계로 확산된 1960년대 이후였다. ‘판매의 최적화’ 과정에서 물건이 과잉 공급되고 포장재와 운송 자재가 더 많이 쓰였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1950년대에 새로운 대량 생산 기술이 가정에 도달했다. 냉장고와 포장 기술은 많은 양의 식료품을-보통 자동차를 이용해-구매하고 보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수요를 잘못 예측하는 원인이 되었고, 쓰레기의 양은 증가했다. 현대의 운송 기술은 실제 소비 행위와 우리의 입안까지 들어왔다. 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전부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새로운 물질은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는 시대를 열었다. 상품 포장 기술이 발전하자 신선함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새로운 생산 및 포장 방식은 위생 기준을 높였다. … 늦어도 1960년대부터는 집과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다. 청소용품, 세탁 세제, 샴푸 등 청결을 위한 새로운 제품들도 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258쪽, 10장「버리기사회의탄생」)

쌓거나 묻고 태우다가 급기야 ‘밀어내버린’
쓰레기 식민지의 현대까지
1970년대, 다이옥신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일으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위협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소각이라는 처리 방식도 선택지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도시들은 서로 쓰레기를 밀어냈고, 다음으로는 나라 밖으로 밀어냈다. 생산한 것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쓰레기 처리법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른바 ‘선진국’은 자국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를 저개발국가에 떠넘기고 있다.

“미국에는 소각장 신설을 반대하는 수많은 풀뿌리 단체가 생겨났다. 주를 넘나드는 쓰레기 운송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펜실베이니아는 1980년대 말에 ‘트래실베이니아(Trashsylvania)’라는 오명을 얻었는데, 뉴욕과 다른 주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넘겨받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까지 지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특히 1983년 소각 시설의 재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이후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졌다.” (314~315쪽, 12장「밀어내고,버리고,처리하고,묻고,태우기」)

“쓰레기장은 지나치게 불이 붙기 쉬웠다. 쓰레기가 인화성 높은 물질이기도 했지만, 유기물이 발효되면서 생산한 열이 종종 자연 발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 1993년 이스탄불의 대형 매립지 움라니예에서는 35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무너지는 바람에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보고타의 대형 매립지 도냐 후아나 또한 1997년에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2000년에 마닐라의 매립지 스모키마운틴에서 발생한 쓰레기 산사태는 공식적으로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낳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306~307쪽, 12장 「밀어내고,버리고,처리하고,묻고,태우기」)

쓰레기는 점차 복잡해지고 쓰레기 처리 문제도 그만큼 해결하기 어렵게 꼬여간다. 20여 년 전부터는 전자 폐기물(E-Waste)이 환경 오염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잡한 화합물로 만들어진 이러한 쓰레기는 대개 특수 폐기물로 쓰레기장에 투기되거나 가나의 악명 높은 아그보그블로시 매립지에 묻힌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전에 ‘하이테크 오염’이 추가된 것이다. 생활 방식을 바꾸어 줄일 수 있는 쓰레기의 양은 20% 정도다. 그러나 이 20%를 위해 일상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은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생산과 소비를 강요하는 경제를 돌아봐야 한다. 상품은 언제나 넘치도록 충분히 생산되어 진열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1리터의 음료수를 마신 뒤 남은 플라스틱 병을 ‘분리 배출’ 하고 만족하며 쓰레기통에서 돌아선다. 지금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좋은 논픽션은 늘 스릴러보다 흥미롭다. 이 책이 그렇다.” 한 독자의 평처럼, 『쓰레기의 세계사』는 위기의 시대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여주는 최전선의 쓰레기 연구서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는 이제 5년 남았다. 기후 시계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버리고 잊은 쓰레기들을 돌아봐야 할 때다.

도서정보  :  로만 쾨스터 지음  |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428쪽  |  값 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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