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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의 출발은 인재양성시스템부터

관리자 2021-03-04 15:02:11 조회수 461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의 출발은 인재양성시스템부터





100년을 내다보고 출판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학문적 기반 필요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띠 해다. 쥐띠는 지혜로운 동물이라서 올해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로워질 수 있는 해라고 한다. 지혜로워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지혜롭다는 의미는 교육과 경험을 토대로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판단할 때 조화로운 균형 감각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출판업계에서 20년 넘게 종사하면서 우리 정부와 출판업계 현장이 가장 놓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출판교육이다.

출판은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는 업이 아니다. 인간의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고도의 정신활동이 농축되어 출판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책으로 탄생되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

따라서 출판과 책은 문화의 가장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토대가 되며,

문학·인문·과학·예술·경영 등 다양한 학문이 융복합적으로 응용되어야 하는 종합예술적인 측면이 있다. 출판을 통하여 모든 학문과 연결시킬 수 있는 열린 학문이 출판학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출판에 대한 인식은 매우 위태롭다. 문화콘텐츠 시대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출판과 독서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낮게 인식되고 있으며 ‘출판학’이라는 학문적 위상도 정립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문제부터 먼저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출판연구단체, 출판단체 등 학계와 업계가 다같이 반성하고 미래의 책문화를 위하여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의 선진국들은 4년제 대학교에 출판학과를 두고 있으며 출판을 연구하는 석박사 과정도 운영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출판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출판인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되는 구조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견할 정도로 기록과 출판에 대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신을 학문적으로 성숙시키고 대중성으로 상업화시키기 위해서는 출판학에 대한 교육철학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4년제 대학 중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에서 2014년부터 전자출판전공을 운영하고 있으며, 2년제 대학으로 신구대학교와 서일대학교에서 출판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문화콘텐츠학과, 신문방송학과, 문헌정보학과 등에서 출판과목을 개설하고 있지만 출판학과라는 독립적인 학과체제가 아닌 타 학문에 기대어 출판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출판업계에서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운영하고 있는 SBI 정도뿐이다. 이러한 문제는 출판학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토대로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출판은 대학에서 한 학기 16주만에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출판에 대한 정신, 출판의 역사, 출판의 다양한 분야, 출판기획, 편집실무, 북디자인, 출판마케팅, 출판경영, 출판의 OSMU, 해외 저작권 수출,

독자연구와 개발, 기술과 접목한 출판의 미래산업 발굴 등 매우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여 이론적이고 심층적이며 현장과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출판교육은 학부뿐만 아니라 출판의 역사를 잇고 미래 출판의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석·박사 과정과도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






책문화의 미래 지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출판저널> 2020년 신년호를 여는 특집주제는 ‘책문화의 미래 지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이다. <출판저널> 통권 500호였던 2017년 9월호부터 꾸준히 특집좌담을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이라는 대주제로 이어오고 있다. 이번호까지 16회차이다.

지난 30년동안 급격한 산업화의 속도의 시대에서 <출판저널>이 발행되어 오면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기획이다.2018년에는 일본의 출판시장까지 책문화생태계 담론이 수출되었으니 소정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책문화는 급격하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유튜브 등 새로운 기술적 환경과 긍정적인 융합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독자들의 소비 패턴은 온라인과 스마트미디어로 이동했다. 출판업계는 독자가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사지 않는다며 원인을 독자에게 미루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 소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접근성은 가장 쉽게 콘텐츠를 만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가령 스마트폰에서 영화,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넘쳐나지만 출판콘텐츠는 매우 부실하고 접근성도 매우 낮다.

즉 소비자가 우글거리는 곳으로 출판이 적극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를 통하여 대안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출판이 독자를 찾아나서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출판업계에서 독자연구도 많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출판정책이 출판 공급자 중심에서 출판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출판저널>이 창간호에 기록해 두었던 출판유통의 선진화는 3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이다. 여기에다 사재기, 베스트셀러 집착, 도서정가제, 출판의 양극화 등 복합적으로 문제들이 얽혀 있다. 필자는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출판의 철학이나 출판의 정신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출판학과에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출판의 정신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어야 했다.

산업화 시대의 출판 1세대들은 건물도 올리고 부를 축적했지만 출판의 존재정신이 후배들에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동안 출판업계에서 출판생태계를 구호처럼 외치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 구조를 건강한 생태계로 혁신해야 한다.

그 혁신의 첫걸음은 업계 내부의 성찰을 통한 자정작용이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출판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책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책문화네트워크

2020년은 <출판저널> 창간 33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1987년 7월 20일에 처음 독자들과 만나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독자들의 관심과 애독으로 33주년을 시작한다. 특히 <출판저널>을 발행하는 책문화네트워크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2020년을 출발한다.

출판·책·독서의 가치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역할을 할 것이다. <출판저널>을 구독하시는 독자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함께 동참하시는 것과 같다. 2월부터는 <출판저널>이 발행되면 <출판저널>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을 시작하고자 한다. 각 지역의 도서관에서 <출판저널> 독서모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출판저널>이 아니어도 곳곳에 독서공동체가 생동하길 기대해 본다.

유대인은 책의 민족이다. 이에 대한 저작을 쓴 미국의 역사가 맥스 I. 디몬트는 《책의 민족》에 매우 의미심장한 글을 썼다.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라고 믿는다.

사상이 없는 사회에는 역사도 없다. 그런 사회는 숨만 쉴 뿐이다.

- 《책의 민족》(교양인, 2019), 30쪽.

우리에게 지금 출판의 사상, 책의 사상이 있는가.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본 칼럼은 <출판저널> 51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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