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칼럼

Home > 칼럼

스토리텔링 시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갔는가

출판저널 편집부 2021-03-04 15:49:32 조회수 643


 




스토리텔링 시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갔는가 ​


스무 살 시절에 내가 즐겼던 낭만은 서점에 가서 시집과 소설책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그때 서점에서 서성거리면서 만났던 책들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아련하게 기록되어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사고 싶은 책이 있더라도 소유욕을 발휘하지 못했고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지금 서점에 가면 수많은 책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텍스트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면서 과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이번 특집에서도 세계 책의 날을 다루었는데 사람이 읽는다는 행위는 정신적인 것과 이어진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책을 읽지만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튼실한 내공을 가졌기에 어떤 풍파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문자로 된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사람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다른 사람이 걸어온 인생길을 읽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 그래서 더 나은 삶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안타까운 점은 우리 문학이 해외문학 등에 밀려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외에 우리 문학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야기산업은 성장하는데 문학은 점점 위축되어 간다. 반면 에세이 시장은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가 출판시장에서도 이미 트렌드이며 이제는 모든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생산자가 되었다. 소설만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누구라도 스토리텔러가 되는 시대다. 출판시장에 글쓰기 관련 책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니즈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스무 살 시절에 밤새 소설을 읽고 시 한 편을 외우며 다녔던 그때가 그립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스마트 시대를 살면서 흑백사진처럼 빛바랜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글 | <출판저널> 정윤희 발행인 

 <저작권자 (C)출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c) 출판저널.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