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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것

관리자 2021-03-04 14:59:37 조회수 434

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것

· 국민독서실태조사 계속 이렇게 해야 할까?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매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개학을 미루어

신학기에 팔려야 할 책들도 창고에 묶이고 서점으로 가는 발길도 많이 줄어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성장에 타격이 심해질 거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들이 잇따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3월 11일에 2019년 기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인독서율은 지난 조사(2017년)보다 더 떨어졌다. 조사 결과에서 성인들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책 이외에 소비해야 할 미디어와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되었다(본지 ‘이슈’ 참고).




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데 있다. 출판과 독서는 연결과 협력정책을 지향해야 하며, 정부의 독서정책을 다음과 같이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에 독서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독서전문가가 아닌 사무관 한 명이 10년 넘게 우리나라 전체 독서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독서정책의 수준을 알려준다. 독서는 행정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독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자기계발을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둘째, 국민독서실태조사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 단위로 국민독서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광역 및 시·도 단위별로 독서실태 조사를 하여 비교분석하고 광역 및 시·도 단위별로 독서정책을 차별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각 지역별로 인구단위로 다르고 인구특성도 다르고 도서관이나 서점 등 독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도 다르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담지 않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관행적으로 하지 말자.


셋째, 독서정책에 대하여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발굴하고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첫 번째로 제안한 독서정책 전문가로서의 공무원의 역량과도 맞물려 있다. 필자도 지난 15년 가까이 독서정책 현장 속에서 느낀 점은,

매번 똑같은 사람들이 독서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서정책은 한 국가의 문화경쟁력, 지식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독서정책 자문은 출판 및 독서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야 한다. 가령 독서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 과학저술 분야의 뛰어난 과학자들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독서정책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독서정책은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구현할 전문가가 부족하다. 독서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여 독서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독서현장과 소통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독서의 상업성이 아닌 독서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서 독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독서활동가를 양성해야 한다.


다섯째, 독서정책은 독서정책 단독으로 정책 효과를 낼 수 없다. 독서정책은 출판정책, 도서관정책, 그리고 교육정책 등과 끊임없이 협력해야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독서정책이 출판정책, 도서관정책, 교육정책 등과 협력해 왔는가.

이러한 협력을 위해서는 출판-도서관-독서정책을 함께 아우르는 하나의 국이 필요하다(필자는 책문화정책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서정책을 담당하는 미디어정책국, 도서관정책을 담당하는 지역문화정책국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정책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열린 독서정책이 필요하다. 경직되어 있는 닫힌 정책에서 유연하고 열린 정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열린 정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의 열린 유연성이 필요하다.


여섯째, 국민독서실태조사와 더불어 독서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서를 알리기 위해서 문체부 독서정책 담당자는 방송사에만 의지한다. 방송사에서 독서방송을 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조사를 해보았는가. 독서는 기본적으로 문자 읽기다. 문자 읽기가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방송으로 독서를 아무리 강조해도 효과가 날 수 없다. 따라서 방송뿐만 아니라 <출판저널>과 같은 매체를 통하여 독자들이 책과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식상해질 정도로 고리타분한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다음에도 이러한 방식으로 똑같이 시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윤희 <출판저널> 발행인, 문화콘텐츠학 박사

*본 칼럼은 <출판저널> 통권 516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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