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태양이 뜬다
계절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느 날 나무 를 바라보니 잎새는 다 떨어지고 하늘에 여 백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나무의 내공이 드 러나는 순간이다. 푸르름으로 풍성했던 한 그루의 나무는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침묵 의 시간을 견딜 것이다. 한 마리 새가 한가롭 게 나뭇가지에 앉아 풍류를 즐기는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새로 태 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2015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는 우리 사회 에 큰 반향을 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세월 호가 침몰되어 안타까운 생명들이 침잠했고, 느닷없이 메르스가 창궐하는 바람에 또 귀 한 생명들이 가족들과 이별을 했다. 하반기 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사회가 들썩 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를 했다. 바람 잔 날 없는 한 해였다.
출판계에서는 가장 뜨거운 이슈가 도서정가제와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태였다. 2014년 11월 21일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출판, 도서관, 서점, 독자 등 입장에 따라 의견 이 분분하다.
<출판저널>은 2015년 1월 특집으로‘나는 새해에는 이런 책 읽고 싶다’라는 주제로 SNS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는데, 독자들은 인문서와 소설을 읽고 싶어했고 독자가 선택한 키워드 는‘공감’과‘사회’였다(<출판저널> 2015년 1월호 특집 참조).
올 한해 서점가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책은 《미움받을 용기》와 《지적대화 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전2권)인데, 독자들이 원하는 바대로 인문서였지만 자기계발서를 접 목한 콘셉트였다. 아쉽게도 국내소설은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까지 붉어지면서 독자들은 한국문학을 외면하고 있다.
모든 것은 소멸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소멸하듯이. 그리고 푸르름으로 차오르듯이 생성된 다. 올 한 해 한 권의 책마다 모든 열정을 쏟은 출판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로운 해 에는 또 태양이 차오르니 모두 힘내시기를 바라며.
글 | 정윤희 <출판저널> 발행인
출처 | 출판저널 2015.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