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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당신의 독서생활은 안녕하십니까?

관리자 2021-03-04 14:58:33 조회수 432



코로나 시대, 당신의 독서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코로나는 우리 사회와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적 공간과 시간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쩌면 독서시간을 확보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비대면(untact) 환경은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었고, 기업 현장에서는 재택근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비대면 교육은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서 관련 도서들과 교육프로그램이 판매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사실 독서는 근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고 고독을 즐겨야 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러한 시간이 무척 어색하고 낯설어서 견디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함께 어울려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생각하고 사유하는 능력 때문이다.

최근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이 행한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 경비원은 직접 쓴 유서를 남겼는데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억울한 죽음을 호소했다. 경비원에 대한 폭력사건은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니다.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라 언어적 폭력도 폭력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는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폭력을 쓴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끝나는 것으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무관심해진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폭력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박해지면서 생각하고 사유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데 인색해 지고 있다.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하루의 일정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스마트폰에만 매몰되어 생활할 수는 없다. 이 시대 가장 필요한 가치는 인간성 회복이다.

그렇다면 인간성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독서에 있다고 본다. 독서를 통해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사색을 하기도 하고 상상력을 펼치기도 하며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기도 한다. 책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맛보게 하는 여행이다. 따라서 우리가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독서를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독서는 신성한 노동과도 같은 것이다. 노동은 나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지만 독서는 금전적 혜택을 바로 주지는 못해도 먼 훗날 언제 어디서 나에게 좋은 선물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희망을 저축하는 것과 같다.

국민독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독서생태계를 위해서는 개인 독서와 사회적 독서의 연결과 확산을 위한 독서운동이 필요하다.(정윤희, <출판 독서생태계 구성요소 분석을 통한 책문화생태계 모델 연구>, 164-165쪽, 건국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개개인이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인 독서활동으로 이어질 때 함께 읽는 독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있는 도서관, 서점, 다양한 커뮤니티, 이웃들뿐만 아니라 정치적 환경, 사회적 환경, 교육적 환경, 경제적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역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서점이 사라짐으로써 서점이 품고 있던 공간, 사람들, 책들, 저자들, 출판사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과 같다.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거나 죽게 되면 의례를 하듯이 서점이 생을 다할 때 예를 갖추어 잘 보내주는 것도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출판의 위기와 독자의 상실과도 연결된다.

이번호 <출판저널> 특집좌담에서는 유성룡의 《징비록》의 역사적인 저술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본다. 출판의 기능은 기록, 소통, 계승에 있다.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하지 않았다면 조선시대의 정치 현황과 임진왜란, 그리고 위기를 대응하는 지혜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오래된 유적을 통해 역사를 알고 현재를 아는 것처럼 출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독서는 바로 나의 역사를 추적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다. 역사 앞에서는 누구든지 겸손해 질 수밖에 없다.


글ㅣ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본 칼럼은 <출판저널> 통권 51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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