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 495호를 마감하는 동안 3년동안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집단우울증과 갈등이 증폭되고 경기는 침체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졌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 문화는 정신과 의사의 어깨에 많은 짐을 얹었다. 문제를 바라보는 중심축이 사회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 쪽으로 옮겨갔고 문제의 해결도 개인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내면의 성찰을 통한 자아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조직에서의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7쪽 -
최근 ‘인생’, ‘삶’을 키워드로 한 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이유도 결국 우리 모두가 떠안고 있는 인생의 문제를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경우에도 그렇지만 어떤 누구도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고 당장 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내가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이기에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런 묘미가 바로 책 읽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침몰된 거대한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월호’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지워질 정도로 거친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는 녹슬고 만신창이가 된 채로 우리 눈앞에 드러났다. 우리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어쩌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뭍으로 되돌아 온 세월호는, 결국 우리 각자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 “괴물이 되지 말자”라는 대사처럼, 만신창이가 될지언정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침몰된 세월호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진실한’ 리더십이 있었더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한다면, 다음으로 미룰 수 없지 않은가.
올해 <출판저널>이 창간 30주년이 벌써 되었느냐며, 축하의 말씀과 함께 약간의 걱정의 메시지도 보내주신다. 출판보다 잡지가 지속적으로 꾸려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출판저널> 발행을 10년 동안 맡아오면서, 우리 출판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다. 출판도 사업이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좋은 책을 내고 이익을 내면서 재미있게 사업을 하면 베스트다. 올해 2월에 출판단체장들이 모두 바뀌었다. 부탁을 드리자면, 주변을 돌아보면서 함께 성장하고, 업계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감투를 위한 리더가 아닌, ‘진실한’ 리더가 우리 출판산업에도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정윤희 <출판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