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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밥을 먹고 사는 일에 대하여

출판저널 편집부 2021-03-04 15:26:02 조회수 476

저는 최근에 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고 상처가 났습니다. 잘 넘어지지 않은 저로서는 왜 넘어졌을까 되짚어보기 위해 넘어진 장소에 가서 확인해 보니까 보도블럭 두 개가 빠져서 그 빈틈 사이에 걸려 넘어진 것이었죠. 소독약 바르고 빨간약 바르고 응급처치를 해서 큰 상처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넘어진다면 크게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은 때때로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넘어지기도 한다는, 조금 낭만적인 기분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하지만요. 최근에 출판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서 정책이나 어떤 제도의 빈틈이 산업의 위기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신중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출판저널> 501호를 진행하는 동안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렸습니다. 암과 싸우다가 작고하신 출판인도 계셨고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를 입은 어느 출판인은 송인으로부터 받은 어음을 막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제가 두 분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소식을 듣고 멀리서나마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이 빠진 보도블럭과도 같았습니다누군가가 넘어져
서 상처를 입게 될 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도 방치하고 출판계도 방치했습니다출판진흥을 위해서 출판진흥법도 마련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도 설립했는데 출판산업은 더욱 더 힘들어지고 출판을 목숨과 바꿔야 하는 일들이 왜 벌어지고 있을까요부고 소식을 듣고 우리가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가 <출판저널>에서 12년간 에디터로 일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출판저널> 500호를 맞이하면서 ‘모색과 대안’이라는 특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자는 것이죠. 보도블럭 틈새처럼 정책이나 제도 등 어디에 허술한 틈새가 있는지 함께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기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500호 모색과 대안①에 이어 501호에도 모색과 대안②가 진행되었습니다. 501호에는 도서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국민들이 마음껏 독서와 여가 등 공공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도서관의 운영은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해야 합니다. 대출반납은 요즘엔 기계가 해줍니다. 사서의 역할은 국민들의 독서문화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야 하는 독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도서관 사서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상담도 받을 수 도서관,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장서를 구입할 수 있는 예산도 늘려야 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이 많아야 합니다. 이번호 특집을 읽어보시면 우리 도서관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누려야 할 독서주권을 위해서 도서관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해줘야 합니다.

<출판저널>에 연재되고 있는 신경미 필자의 ‘해외 책문화’ 코너(501호 174쪽)에서는 ‘아펠도른의 CODA도서관’을 소개하면서, “도서관은 지식인들의 점유공간이 아니라 너와 나의 이웃들이 함께 어울림을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국민독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스마트미디어 등 외부적인 환경에 그 원인을 돌리고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타박하기보다는, 국민
들에게 공공복지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공공도서관의 문화를 혁신한다면 자연스럽게 독서문화는 정착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출판저널> ‘특집좌담-모색과 대안’은 책문화 생태계를 핵심 주제로 계속 이어집니다. 독자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책문화 생태계를 위해 어떤 모색과 대안을 다루어야 할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출판저널>은 독자들의 것이므로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에디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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