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독서란 ‘공동체가 직면한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독서’
글/ 정윤희
필자는 《책문화생태론》(2020)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독서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개인적 독서와 사회적 독서의 연결과 확산을 통하여 건강한 독서생태계 구현을 이야기한 바 있다. 독서생태계는 출판생태계와 협력하면서 궁극적으로 책문화생태계를 만든다. 독서가 어떻게 ‘사회적’ 독서가 될 수 있는지 방안과 사례를 통해 사회적 독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사회적(社會的/social)’이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로서 ‘사회적’은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이나 세계와 관계된’을 뜻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예를 들면 더 이해가 쉽다. 사회적 자본, 사회적 가치,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에 방점을 찍어 사회적에 의미를 두는 시대적 담론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엔 ESG가 대두되면서 Social이 더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대한 중요성과 독서활동을 하면서 자라지만 독서의 본질과 그 의미에 대하여 토론하거나 나름대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책은 좋은 거니까 읽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에 사로잡혀 있어 왔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독서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의를 내려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책문화생태계 담론을 연구하고 이론으로 만들면서 독서에 대한 정의도 규정해 보았다. 독서(讀書)란 인간의 정신 활동으로 창작된 문예, 지식, 정보, 이미지 등 출판활동의 결과물인 책 또는 텍스트를 읽고 보고 듣고 사유하는 정신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정윤희, 《책문화생태론》, 127쪽, 카모마일북스, 2020.)
독서는 개인이 혼자서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결국 독서를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독서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않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독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정윤희 지음 / 카모마일북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년)을 발표하면서 개인적 독서에서 함께 공유하는 사회적 독서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또한 4대 추진전략으로 ‘사회적 독서 활성화’, ‘독서의 가치 공유 확산’, ‘포용적 독서복지 실현’, ‘미래 독서생태계 조성’을 설정했다. 이러한 비전과 추진 전략이 현실에서 얼마나 잘 구현되었는지는 추후 평가를 통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독서(social reading)란 어떤 의미일까. 지그문트 바우만은 자아가 형성되고 본능이 어떻게 억압되는가 혹은 억압되지 않는가 하는 과정을 사회화 과정이라고 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누군가와 함께 연대하고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 가족, 직장, 다양한 커뮤니티 등 관계맺음을 통하여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장한다. 즉 타인과의 상호작용의 과정이 곧 사회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독서생태계의 주체인 독자는 처음에는 개인 독서로 시작하지만 점차 사회적 독서로 나아간다.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과 갈등을 접할 때 독서를 통하여 성찰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 독서가 사회적 독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 삶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독서가 곧 사회적 독서라고 말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독서란 ‘공동체가 직면한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독서’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독서로 확산될 수 있는 독서정책과 독서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개인적인 독서가 사회적 독서로 확산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