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은호, 이학박사
㈜교보문고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2005년 초기멤버로 참여하여 현재까지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관련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사)한국전자출판협회 인증운영위원, (사)한국출판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다수의 채널을 통해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국내외 출판 동향, 마케팅 전략,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렌드 변화, 저작권 등이다.
호모 크레아투라(Homo Creatura)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한 매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용자는 영화, 드라마, 뉴스, 게임, 웹툰,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비대면 문화의 안착으로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의 이용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책을 읽는 독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독서 인구 비중은 50.6%이고,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7.3권이며, 독서 인구의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4권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영상 콘텐츠에 비해 책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Gfk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17개국의 독서 습관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13%로 제일 낮고, 1주일 동안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24%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의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꾸준하게 책을 읽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책을 읽다 보면 독서의 매력과 의미를 깨닫게 되고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된다.
무수히 생산되고 있는 정보들 속에서 우리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왜곡된 정보들이 많고 요약된 형태라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더욱이 글자 보다는 영상이나 이미지에 익숙해지면서 글을 잘 읽지 않거나 대충 훑어보는 습관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정보의 선별 능력, 독해 능력, 분석과 사고 능력이 더욱 필요해진다. 지혜의 원천인 책은 이러한 능력들을 키워주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서를 하면서 지식을 확장시키고 생각을 발전시켜서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창의적 인간인 호모 크레아투라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독서의 목적과 방법
큰 소리로 읽는 것이 우리의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독서를 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를 기르기 위함이다. 다양한 정보와 통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맹률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OECD 22개국의 문해력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단계가 전체의 38%로 OECD 평균 22%에도 못 미쳤으며, 4단계는 2.4%로 스웨덴(35.5%), 노르웨이(29.4%), 덴마크(25.4%), 핀란드(25.1%), 캐나다(25.1%) 등에 비해 무려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과 과정의 문제로 보인다. “좋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말처럼 읽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 약 4,000년 전 고대 이라크(Iraq)와 시리아(Syria)에서 쓰여진 점토판에서 ‘읽다(to read)’는 일반적으로 ‘울부짖다(to cry out)’의 의미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 출시되면서 책을 ‘읽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책을 ‘본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독서는 무음으로 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가능하면 소리내어 얽는 것이 좋다. 소리내어 읽는 것이 기억력을 더 향상시키고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의 심리학자 콜린 맥클로드(Colin MacLeod) 교수는 소리내어 읽기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그의 연구 결과 단어와 텍스트를 조용히 읽는 것보다 소리내어 읽는 것이 기억에 훨씬 더 많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클로드 교수는 이 현상을 “생산 효과(Production Effect)”라고 명명했다. 이는 쓰여진 단어를 생산하는 것, 즉 큰 소리로 읽는 것이 우리의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생산효과와 관련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호주 카톨릭 대학교(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7~10세의 어린이에게 단어 목록을 제시하고 일부는 눈으로 읽고 다른 일부는 소리내어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소리내어 읽은 어린이는 단어의 87%를 올바르게 인식했지만 눈으로 읽은 어린이는 단어의 70%만 인식했다. 워털루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67~88세 사이의 성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서는 소리내어 단어를 읽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서는 눈으로만 단어를 읽게 하였다. 그리고 기억나는 모든 단어를 적어보라고 한 결과 소리내어 읽은 그룹에서는 단어의 27%를 기억할 수 있었지만, 눈으로만 읽은 그룹에서는 단어의 10%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이처럼 소리내어 읽기는 기억력을 증진시켜주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 걸린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이고 소리내어 읽는 독서는 비판적 사고뿐만 아니라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 일본의 NHK에서 인공지능 솔루션 AI 히로시(ひろし)로 일본의 행정구역을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야마나시(山梨) 현의 건강수명이 제일 길었다. 노인들의 운동 참여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으며 식습관은 다른 현과 별 차이가 없었음에도 건강수명이 길었던 이유는 인구당 도서관 수가 매우 많았고 도서관에서 독서를 즐기는 노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서를 통해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타인과의 대화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장수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세대별 가치 있는 독서 추구
독서는 어휘력, 사고력, 이해력, 창의력 등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읽기가 아닌 그 자체로의 책 읽기여야 한다. 독서를 해야 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각 세대별로 그들을 이해하고 상호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그에 맞는 독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독서는 다른 활동들과는 달리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 책 읽기의 핵심은 행간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내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자신의 생각을 더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사고관을 확장시킬 수 있다. 자율적 독서를 위해 독자가 읽고 싶은 책과 미디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세대를 이해하고 독서로 연결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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