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부탁해
<출판저널> 2025년 7월호를 마감하는 도중에 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가 일어났다. 이응준 소설가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6월 16일)에‘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1996년)이 미시마 유키오가 쓴 <우국>을 표절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응준 작가에 따르면 15년전부터 신경숙 작가의 끊임없는 표절시비가 있었음에도 문단권력에 의하여 묻혀버렸다는 것이다.
신경숙 작가는 “<우국>이라는 작품을 모른다. 대응하지 않겠다.”는 짧은 내용의 이메일을 출판사 창비에 보낸 채 연락이 두절되었고 창비에서도 표절이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내는 바람에 작가의 작품을 읽고 좋아했던 독자들과 평론가들은 일제히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면서 한국문단의 민낯이 드러났다. 현택수 전(前) 고려대 교수는 신경숙 작가를 검찰에 고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일주일만인 22일 신경숙 작가가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표절 지적,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불쾌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나 또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신경숙 작가의 소설을 독자로서 무척 애독하였고 소설이 출간될 때마나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를 기대하며 읽곤 했다.
이번 표절시비를 통해 우리 한국문학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과제가 던져졌다. 나는 제일 먼저 신춘문예 등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등단제도가 만들어내는 문단권력으로 다양한 문학적 실험들이 사장되고 있으며, 등단을 했다고 하더라도 문예지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지 않으면 소설을 발표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스무살 초반부터 등단을 준비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학이라는 것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와 다르다. 문학은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살아 온 경험과 성찰의 깊이가 어느 순간 결합되어 한 편의 성숙한 이야기로 탄생하는 것이다. 외국의 저명한 소설가 중에는 역사학자, 의사, 저널리스트, 출판 에디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작가들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순수문학,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장르문학 등 편가르기도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준에서 보면 <해리포터>와 <말괄량이 삐삐>는 순수문학인가, 장르문학인가. 이 두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고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며 아직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말괄량이 삐삐>(1945)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발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상에서 쓴 작품인데 출판사를 찾아 전전하다가 출판하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동화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조앤 롤링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집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는데 열두 곳의 출판사들이 모두 거절하고 결국 블룸즈버리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선인세 200만원을 받고 500부를 출간했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문학이라는 양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고 이야기를 산업화시키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한국문학은 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번 신경숙 작가의 표절시비를 계기로 한국문학이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글 | 정 윤 희 < 출 판저널> 발행인
출처 | 출판저널 2015.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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